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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는 2025시즌을 61승 6무 77패, 승률 0.442로 9위라는 충격적인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시즌 전 전문가들의 평균 예상순위는 kt와 함께 공동 5위였지만, 5위 경쟁은커녕 압도적 9위를 기록하며 2022년 시즌보다도 더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키움이 압도적인 꼴찌를 차지한 덕분에 겨우 꼴찌를 면했을 뿐이다.
시즌 중 감독 교체라는 초유의 사태
이승엽 감독은 2023시즌을 앞두고 계약 기간 3년에 총액 18억원에 두산의 손을 잡았으나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 결국 중도 하차했다. 이승엽 감독은 6월 2일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이를 수용했다.
김태형 감독 후임으로 이승엽 감독을 영입해 2023년 5위, 2024년 4위로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을 이뤘지만, 팬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구단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을 들었던 이승엽 감독은 KBO 리그의 레전드이자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였지만, 선수 시절 아무런 인연이 없었고 순혈주의 성향이 강한 두산에서 코치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감독으로 직행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이승엽 감독이 자진 사퇴하자 조성환 퀄리티컨트롤(QC)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선임되어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감독 교체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승엽 감독 시절 승률 0.418을 기록했지만, 대행 체제로 치른 20경기에서는 승률 0.350을 기록하며 오히려 성적이 더 하락했다.
강팀에는 강하고 약팀에는 약한 전형적인 모습
2025시즌 3강을 형성하고 있는 엘롯한(LG, 롯데, 한화) 팬들은 두산이 왜 9위에 머무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상위권 팀 상대로는 경기 중반까지 치고받다가 경기 후반에 실책을 연발하거나 불펜의 방화로 허무하게 지는 경우가 많았고, 오히려 중하위권 팀들 상대로는 초반부터 선발 투수 공략에 실패하며 계속 끌려다니는 양상을 보였다.
키움을 상대로는 우세를 확정지었으며, 2023년부터 꾸준히 키움 상대로 승률이 6할 이상을 기록했다. 한화 상대로도 우세를 확정지었고, 롯데와는 동률을 기록했다. 롯데 상대로 강한 잭 로그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많았다. 반면 kt 상대로는 영 힘을 쓰지 못했는데, 2024년 정규리그에서 상대 승률이 0.750에 달했을 정도로 압도적 우세를 점했지만 올해는 다시 열세를 보였다.
투수진: 에이스 곽빈의 부상과 외국인 투수의 명암
개막을 코앞에 두고 곽빈과 홍건희라는 핵심 마운드 자원들을 부상으로 잃었다. 곽빈은 3월 19일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좌측 옆구리에 통증을 느껴 내복사근 부분 손상이 발견됐고, 홍건희는 3월 16일 훈련 중 투구를 하다 우측 팔꿈치에 통증을 느껴 우측 팔꿈치 내측 인대에 손상을 입었다.
곽빈은 지난해 30경기에 나가 167⅔이닝을 던지며 15승9패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하며 공동 다승왕에 올랐던 리그에서 손에 꼽힐 만한 국내 선발 에이스 중 하나였기에, 개막부터 그의 공백은 두산에게 치명적이었다. 곽빈의 영향이 컸는데, 12승 중 절반이 모두 곽빈 선발 등판 날이었을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컸다.
외국인 투수들의 엇갈린 성적
빅리그 통산 28승에 593이닝을 소화한 좌완 콜 어빈은 빅리그 평균 이상의 제구를 바탕으로 한 시즌 180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완성형에 가까운 선발투수로 기대를 받았다. 시즌 초반까지 콜어빈은 압도적인 투구를 이어갔다. 4월 24일 고척 키움전 선발 등판을 마친 시점 기준 평균자책점은 1.98로 매우 낮았고, 6경기에서 4승 1패를 기록했지만, 5월 들어 급격히 무너졌다. 5월 11일 잠실 NC전에서 2⅓이닝 3피안타 4볼넷 3몸에맞는공 8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펼쳤고 경기 외적인 이슈까지 발생했다.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생한 토마스 해치를 대체해 잭 로그와 계약을 맺었다. 로그는 2017년 드래프트에 9라운드 전체 279번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지명되었고, 대학 시절 슬라이더를 활용한 탈삼진 능력을 높게 평가받았다. 롯데 상대로 강한 잭 로그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를 받으며 팀에 일부 기여했다.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과 베테랑의 부진
감독 퇴진 전 두산은 득점 258개(6위), 홈런 37개(8위), 타율 0.258(4위), OPS 0.708(6위)을 기록했고 대부분의 지표가 리그 중위권 수준으로 선수단 기량에 비해 팀 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평을 들었다.
전임 감독 체제에서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젊은 타자들의 가능성이 희망적이었다. 김동준(타율 0.300), 김민석(0.319), 오명진(0.326) 등 신예들이 주어진 기회에서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신인 박준순도 16경기에서 타율 0.265로 조금씩 적응하며 첫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양석환이 현재 20타수 5안타에 장타는 1개도 없고, 8삼진 1볼넷을 기록하며 타선 흐름을 끊는 등 중심타선의 힘이 살아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FA로 영입한 핵심 타자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팀 성적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2026시즌을 향한 재정비
정규 시즌을 마친 가운데, 두산 베어스가 드디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감독 후보군을 추린 가운데,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면접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며, 후보군은 조성환 감독대행을 포함해 3~4명 정도로 알려졌다. 두산은 구단 역사상 최초로 감독 선임을 앞두고 심층 면접 과정을 진행 중이며, 고영섭 대표이사와 김태룡 단장이 주요 면접관으로 나섰다.
2025시즌은 두산 베어스 역사상 최악의 시즌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고,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정비의 필요성을 절감한 한 해이기도 했다. 두산 팬들은 이제 새로운 지도자의 선임과 함께 2026시즌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