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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
롯데 자이언츠는 2025 시즌을 66승 72패 6무, 승률 0.478로 최종 7위로 마감했다. 전반기 3위까지 올라가며 8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대한 기대를 모았지만, 후반기 급격한 추락으로 결국 2017년 이후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특히 8월 초 승패마진 +13을 기록하며 가을야구 진출 확률 94.9%까지 올랐던 롯데는 이후 12연패를 포함한 대규모 슬럼프에 빠지며 추락했다. 이로써 롯데는 2020년대에 단 한 번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유일한 KBO 구단이 되었다.
전반기 희망, 후반기 절망
시즌 초반 롯데는 LG, 한화와 함께 견고한 3강 체제를 형성하며 안정적인 상위권을 유지했다. 3~4월의 부진을 극복하고 5월부터 월간 승률 5할을 꾸준히 방어하며 승패마진 양수를 유지했다. 젊은 야수들의 등장과 빅터 레이예스를 중심으로 한 '소총부대' 타선이 리그 1위 팀 타율(0.280)을 기록하며 공격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후반기는 악몽 그 자체였다. 8월 중순 12연패에 빠지며 순위가 급락했고, 타선은 후반기 팀 타율 0.239, 홈런 18개, OPS 0.661로 리그 최하위로 추락했다. 투수진 역시 무너지며 팀 전체가 동반 침몰했다. 특히 10승을 거둔 터커 데이비슨을 시즌 중 방출하고 영입한 빈스 벨라스케즈가 11경기 1승 4패 평균자책점 8.23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팀의 하락세를 가속화했다.
눈여겨볼 플레이어 ( 타자 부문)
외국인타자 빅터 레이예스
롯데 타선의 최고 공신은 단연 빅터 레이예스였다. 그는 144경기 모두 출장해 타율 0.326, 187안타, 13 홈런, 107타점, 출루율 0.386, OPS 0.860을 기록했다. 2년 연속 최다안타를 기록하며 '안타 기계'로서의 면모를 과시했고, KBO 시상식에서 안타상을 수상했다. 타율과 타점 모두 상위권에 랭크되며 롯데 공격의 중심축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다만 13개에 그친 홈런은 장타력 부족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고승민의 유틸리티 활약
2024시즌 브레이크아웃을 달성한 고승민은 올 시즌 타율 0.277, 4 홈런, 45타점, 126안타를 기록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이 모두 0.350으로 장타력이 실종된 아쉬움이 있었지만, 시즌 중반 부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1루수, 2루수, 외야를 오가며 팀의 공백을 메워주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센터 라인 수비를 책임지는 내야수로서 김태형 감독 체제의 핵심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나승엽의 혼란스러운 시즌
2024시즌 주전 1루수로 자리 잡은 나승엽은 올해 타율 0.229, 9 홈런, 44타점으로 큰 부진을 겪었다. 4월까지는 맹활약했으나 이후 급격한 추락세를 보이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느린 주루와 부족한 수비력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며 향후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눈여겨볼 플레이어 ( 투수 부문)
알렉 감보아의 엇갈린 평가
찰리 반즈를 대체해 5월 합류한 알렉 감보아는 19경기 7승 8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6월 월간 MVP를 수상하며 초반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고, 150km를 넘나드는 구위로 타선을 압도했다. 하지만 8월 이후 체력적 한계를 드러내며 급격히 무너졌다. 불펜 출신으로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던 그는 시즌 후반 구속 하락과 구위 약화,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팀의 추락에 일조했다.
터커 데이비슨 방출의 악수
가장 논란이 된 결정은 시즌 10승을 달성한 터커 데이비슨의 방출이었다. 그는 10승 5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롯데는 KBO 역사상 최초로 시즌 10승 투수를 정규시즌 도중 방출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대체 투수 벨라스케즈의 처참한 실패와 함께 이 결정은 롯데의 추락을 상징하는 최악의 자충수로 기록됐다. 시즌 종료 시점에서 데이비슨은 롯데 선수단 전체 WAR 1위(3.37)를 기록하고 있었다.
나균안의 반등
시즌 초반 5선발로 시작한 나균안은 2승 5패 평균자책점 4.62를 기록했다. 승수는 적었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안정감을 찾으며 사실상 2~3선 발급 활약을 펼쳤다. 팀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이닝을 소화하며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고, 2023 시즌의 모습을 회복하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였다.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
롯데의 가장 큰 강점은 김태형 감독의 강력한 리더십이었다. 부임 2년차를 맞은 김 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승부 근성으로 선수들의 응집력을 높였다. 5월 삼성전에서 선수들이 헤드샷을 당하자 직접 벤치클리어링에 나서며 선수들을 보호하는 모습을 보였고, 9회 말 연속 대타 작전으로 경기를 뒤집는 등 세밀한 경기 운영 능력을 발휘했다.
김 감독은 고승민, 전민재 등 젊은 내야수들을 적극 기용하며 팀의 미래를 준비했고, "징글징글한 팀"이 되자며 선수들에게 악착같은 플레이를 주문했다. 2025 시즌 롯데는 단 한 번의 스윕패도, 4연패도 없는 끈질긴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이 뿌리내린 결과였다. 비록 가을야구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팀 체질 개선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아쉬움과 내년을 향한 과제
롯데는 올 시즌 타선 리빌딩 성공과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라는 두 가지 큰 수확을 거뒀다. 하지만 역대급 외국인 트리오의 활약에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투수진 운용 실패, 불펜 혹사, 부상 관리 실패, 수비력 저하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겹치며 좋은 기회를 날렸다.
내년을 위해서는 선발 투수진 보강과 외국인 선수 재계약 여부가 최대 과제다. 레이예스와 감보아의 재계약 여부는 팀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이슈다. 또한 3~4월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후반기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체력과 전력 관리가 필요하다. 13년 암흑기 이후 처음으로 타선 리빌딩에 성공한 만큼, 투수진만 보강된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롯데 팬들은 8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라는 고통 속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김태형 감독 체제의 안착이라는 희망의 싹을 발견했다. 2026 시즌, 롯데는 마침내 긴 터널을 벗어나 가을야구 무대에 설 수 있을까. 부산 야구팬들의 간절한 바람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