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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기아 타이거즈 홈페이지

    우승팀의 충격적 몰락, 8위로 추락한 디펜딩 챔피언

    2024년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의 환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찾아온 악몽. KIA 타이거즈는 2025 시즌을 65승 4 무 75패, 승률 0.464의 참담한 성적으로 마감하며 정규시즌 8위에 머물렀다. 1위와는 무려 19.5게임 차이가 벌어졌고, 팀 타율 0.258, 평균자책점 4.66으로 투타 양면에서 균형이 무너진 한 해였다.

    디펜딩 챔피언이 다음 해 8위로 추락한 것은 1996년 OB 베어스 이후 무려 29년 만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KBO 역사상 최악의 디펜딩 챔피언 시즌 중 하나로 평가한다. 2010년과 2018년 우승 이듬해에도 5위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KIA였기에 이번 추락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순위표상 아래 두 팀이 있었지만, 탱킹을 선언한 키움과 신인 육성에 성공한 두산을 고려하면 KIA의 2025 시즌은 가장 실패한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개막전부터 시작된 부상의 연쇄, 함평 타이거즈의 악몽

    2025 시즌 KIA의 몰락은 개막전부터 예고되어 있었다. 전년도 MVP 김도영이 개막전 단 두 타석 만에 좌측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며 팀의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창진, 박찬호, 김선빈, 나성범, 위즈덤 등 주전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KIA는 2군 선수들을 대거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김도영은 복귀 후에도 우측 햄스트링 부상, 그리고 다시 좌측 햄스트링 부상으로 세 차례나 이탈하며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투수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곽도규, 황동하, 윤영철 등 전년도 맹활약했던 선수들이 부상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에 따라 팀은 '함평 타이거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2군 선수들의 활약에 의존해야 했고, 전반기에는 그들의 뒷심으로 일시적으로 2위까지 올라가는 기적을 만들기도 했다.

    저력의 전반기, 그러나 추락하는 후반기

    전반기 KIA는 주전 선수들의 공백 속에서도 놀라운 저력을 보였다.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팀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고, 6월에는 승률 1위를 기록하며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때 1위와의 격차가 3경기 차까지 좁혀지며 우승 경쟁에 합류할 듯했다.

    하지만 전반기 마지막 4연패를 기점으로 팀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후반기 들어 주전 선수들이 복귀했지만 기대했던 시너지는 나오지 않았다. 특히 한화와의 경기에서는 악몽과 같은 결과가 이어졌다. 시즌 초 대전 볼파크 개장 전에서 2연패를 시작으로 홈에서 피스윕을 두 차례나 당했고, 13년 만에 홈 한화전 스윕패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결국 한화와의 상대전적은 4승 8패로 절대 열세를 기록했다.

    타선은 득점권에서 침묵했고, 불펜은 연이은 방화로 경기를 내주기 일쑤였다. 조상우 영입은 기대와 달리 폭망했고, 팀의 마지막 보루였던 정해영마저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의리는 수술 이전의 모습을 회복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후반기 예상했던 4가지 포인트(불펜 안정화, 주전 복귀 시너지, 선발진 보강, 김도영 복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눈여겨봐야 할 플레이어 (투수 부문)

    네일의 외로운 싸움, 양현종의 클래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의 활약이었다. 네일은 시즌 내내 KIA 선발진을 지탱하며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우승 시즌만큼의 압도적인 성적은 아니었지만, 무너진 팀에서 홀로 로테이션을 책임지며 에이스의 역할을 다했다.

    또 다른 외국인 선발 아담 올러도 전반적으로 훌륭한 모습을 보였으나, 시즌 중반 한 달간 자리를 비우며 중요한 시기에 공백이 생겼고 복귀 후에는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합격점을 받을 만한 시즌이었다.

    베테랑 양현종은 과거의 화려함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며 여전한 클래스를 증명했다. 특히 후반기 들어 반등하며 팀에 힘을 실어줬다. 김도현 역시 승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풀타임 선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미래를 기약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선발진의 퀄리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특히 불펜진의 붕괴는 심각했다. 트레이드를 통한 보강 시도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고, 마무리 정해영마저 흔들리며 경기 종반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눈여겨봐야 할 플레이어 (타자 부문)

    박찬호와 김선빈, 그리고 공백을 채우지 못한 나머지

    유격수 박찬호는 FA 시즌답게 수비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팀의 내야 수비를 책임졌다. 9회 말 극적인 동점 적시타로 역전승을 이끌고, 19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펼치는 등 공격에서도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1번 타자로서 출루와 주루로 찬스를 많이 만들어내며 테이블세터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2루수 김선빈은 부상으로 한동안 자리를 비웠지만 복귀 후 건재함을 과시했다.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포함해 중요한 순간마다 적시타를 터뜨리며 팀의 중심 타선을 지탱했다. 다만 나이와 부상 문제로 대체 자원들이 많이 투입된 것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그러나 가장 아쉬운 부분은 김도영의 공백이었다. 전년도 MVP이자 팀의 핵심 타자였던 김도영이 사실상 시즌 전체를 날리면서 3루수 자리는 무주공산이 되었다.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을 비롯해 여러 선수들이 교체 투입됐지만 그 누구도 김도영의 타격을 대신하지 못했다.

    특히 위즈덤은 클러치 상황과 득점권에서 끔찍한 성적을 기록하며 팀의 발목을 잡았다. 잔루는 많았지만 득점은 없는 답답한 경기가 반복됐고, 이는 팀 득점권 타율 전 구단 꼴찌라는 불명예로 이어졌다. 전년도 폭발적이었던 타선에 비하면 분명 부진했지만, 팀 wRC+는 리그 2위로 타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최형우는 지명타자로서 베테랑의 역할을 다했으며, MVP 후보에 오를 정도로 좋은 시즌을 보냈다. 9회 말 극적인 안타로 불씨를 살리는 등 중요한 순간마다 존재감을 드러냈다.

    외국인 선수 평가

    네일은 합격, 위즈덤과 올러는 아쉬움

    제임스 네일은 이번 시즌에도 에이스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팀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선발진을 이끌었다. 비록 전년도 평균자책점 1위의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었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로테이션을 책임지며 재계약 가치를 충분히 증명했다.

    아담 올러는 합격점에 가까운 시즌을 보냈다. MLB 선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으나, 시즌 중반 한 달간의 공백과 복귀 후 흔들린 모습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패트릭 위즈덤은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김도영의 부상으로 3루수로 기용됐지만 공격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특히 득점권과 클러치 상황에서의 침묵은 팀의 발목을 잡았다. 1루수 또는 외야수로의 포지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5 KBO 시상식, KIA의 성적표

    2025 KBO 시상식에서 KIA 타이거즈는 최형우가 MVP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성영탁이 신인상 후보에 선정됐다. 하지만 최종 수상자 명단에는 오르지 못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는 초라한 결과였다.

    전년도인 2024년에는 네일이 평균자책점왕, 정해영이 세이브왕, 박찬호가 수비상을 수상했고, 김도영이 득점왕과 장타율왕 2관왕에 MVP까지 거머쥐며 화려한 성과를 냈던 것과 대조적이다. 골든글러브에서도 김도영(3루수), 최형우(지명타자), 박찬호(유격수)가 수상했던 영광은 이제 먼 과거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우승 후유증과 부상, 그리고 전력 공백으로 인한 몰락

    KIA의 몰락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가장 큰 원인은 부상 관리 실패였다. 김도영을 비롯한 핵심 선수들의 연쇄 부상은 팀 전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특히 김도영의 햄스트링 부상이 세 차례나 재발한 것은 부상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이범호 감독의 운영 부진도 지적됐다. 시즌 초반 특정 선수 편애식 기용과 이상한 라인업 구성, 감정 표출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다만 시즌 중반 이후 점차 개선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셋째, 전력 공백이 컸다. 조상우 영입을 위해 신인 드래프트 1, 4라운드 지명권을 포기했지만 조상우는 커리어 로우를 기록하며 실패했다. FA로 이탈한 장현식의 공백도 예상보다 컸고, 불펜 보강을 위한 트레이드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넷째, 우승 다음 해 몰락이라는 징크스가 다시 발현됐다. KIA로 모기업이 바뀐 이후 2010년과 2018년에도 우승 이듬해 성적 하락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극단적인 추락은 처음이다. 우승 샴페인에 지나치게 취해 이도 저도 아닌 스탠스로 방황하다가 시즌을 허무하게 날려버렸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으로의 과제 : 재정비와 리빌딩의 기로

    2026 시즌을 앞두고 KIA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FA 선수들의 잔류다. 박찬호, 이준영 등은 이적 가능성이 있어 이들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이 필요하다. 최형우와 양현종은 나이 문제로 이적 가능성이 낮지만, 조상우는 커리어 로우를 찍으며 FA 재수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외국인 선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에이스 제임스 네일과의 재계약이 최우선 과제이며, 만약 잡지 못할 경우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의 교체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외야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양현종과 김선빈의 노쇠화에 대비한 리빌딩이 시급하다. 두 선수 모두 여전히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나이와 부상 문제를 고려하면 차세대 핵심 선수 육성이 필수적이다.

    구단 수뇌진도 이번 시즌의 참담한 성적을 보고 투자를 고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2025 시즌을 철저하게 반면교사 삼아 2026년에는 팀의 기조를 확실히 잡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우승 후 단기간 내 다시 무너진 팀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지, KIA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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