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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KBO 홈페이지

     

    2025년 10월 29일 오후 6시 30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3차전이 개최되었다.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이번 경기는 단순한 3차전을 넘어 한화의 생존이 걸린 필사의 승부였다.

    양 팀의 선발 투수로는 LG가 좌완 손주영(정규시즌 11승 6패, 평균자책점 3.41)을, 한화가 에이스 코디 폰세(정규시즌 17승 1패, 평균자책점 1.89, 투수 4관왁)를 예고했다. 특히 폰세는 플레이오프 5차전 이후 4일 휴식을 갖고 마운드에 올랐으며, 손주영은 정규시즌 한화전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38의 압도적 성적으로 '독수리 킬러'라는 별명을 얻었던 만큼 양 선발의 대결이 관전 포인트였다.

    시리즈 전적은 잠실에서 치러진 1, 2차전을 모두 내준 한화가 0승 2패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3차전을 모두 내준 팀이 우승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으며, 1~2차전을 모두 이긴 팀의 우승 확률이 90%를 넘는다는 점에서 한화는 홈구장에서의 반전을 노려야만 했다. 반면 LG는 3연승으로 사실상 시리즈를 마무리 짓겠다는 각오로 대전에 입성했다.

    에이스 폰세의 중압감 극복, 6이닝 호투로 팀을 살리다

    코디 폰세는 정규시즌 막강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에서는 기복을 보였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 6실점으로 고전했으나, 5차전에서는 5이닝 1 실점으로 회복세를 보이며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이날 3차전은 그에게 진정한 에이스임을 증명해야 하는 무대였다.

    폰세는 96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을 소화했고, 3피안타 4 사사구 6 탈삼진 2 실점(자책 2)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LG 타선이 1, 2차전에서 팀 타율 0.277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화력을 과시했음에도, 폰세가 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했다는 것이다. 4회 초 김현수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해 1-2로 역전을 당했으나, 이후 집중력을 잃지 않고 LG의 중심 타선을 막아냈다.

    폰세의 호투는 단순히 실점을 최소화한 것을 넘어, 취약했던 한화 불펜진이 1, 2차전에서 10과 2/3이닝 동안 10실점을 기록한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 불펜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점에서 더욱 값졌다. 6회까지 2 실점으로 버텨준 폰세의 투구가 없었다면 8회 대역전극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8회 말의 기적, 심우준의 역전타가 만든 극적 드라마

    경기는 8회 초까지 1-3으로 LG가 앞서가며 한화의 패배가 기정사실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8회 말, 한화 타선이 폭발했다. 선두 타자 김태연이 LG 투수 송승기를 상대로 좌중간 2루타를 치며 추격의 물꼬를 텄고, 손아섭의 우전 안타로 무사 1, 3루 찬스를 만들었다.

    LG의 염경엽 감독은 리베라토를 삼진으로 잡은 뒤 마무리 유영찬을 조기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이 결정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문현빈의 좌중간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붙은 한화는 노시환의 삼진에도 불구하고 채은성의 볼넷으로 2사 만루 상황을 만들어냈다. 대타 황영묵이 밀어내기 볼넷으로 3-3 동점을 만든 순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는 용광로처럼 들끓었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 시즌 내내 부진(타율 0.092)으로 팬들의 우려를 샀던 심우준이 유영찬의 공을 좌선상으로 쳐내며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배트가 부러지며 맞은 타구였지만 완벽한 코스로 떨어졌고, 한화는 5-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진 최재훈의 2타점 우전 안타로 스코어는 7-3까지 벌어졌다. 한화는 8회 단 한 이닝에서 6 득점이라는 빅이닝을 만들어내며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최고수훈 심우준, 50억원 FA의 가치를 증명한 역전 영웅

    이날 데일리 MVP로 선정된 심우준은 시즌 내내 큰 기대를 받았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아왔다. 지난 시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그는 4년 최대 50억 원이라는 거액에 한화와 계약했지만,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초반까지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심우준은 자신을 향한 모든 비판을 단 한 방으로 잠재웠다. 8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유영찬의 공을 정확하게 포착한 그의 타구는 좌익수 3루수 키를 넘기며 완벽하게 떨어졌다. 이 한 타석으로 한화는 3-3 동점에서 5-3 역전으로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경기 후 데일리 MVP 시상식에서 심우준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라고 외쳤고, 대전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광적으로 화답했다. 시즌 내내 1할대 타율로 고전했던 선수가 한국시리즈 최대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나서 팀을 구했다는 점에서, 이날 심우준의 활약은 단순한 역전타를 넘어 한화 팬들에게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손주영의 아쉬움과 LG 불펜의 붕괴

    LG의 선발 손주영은 5이닝 4피안타 1 사사구 5 탈삼진 1 실점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정규시즌 한화전 압도적 성적을 이어가며 초반 흐름을 장악했고, LG가 원하던 대로 중반까지 1점 리드를 지키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그러나 문제는 손주영이 내려간 뒤 등판한 불펜진이었다.

    김진성, 함덕주, 김영우로 이어진 LG 중간계투진은 7회까지 안정적으로 막아냈으나, 8회에 투입된 송승기가 무너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염경엽 감독의 조기 마무리 투입 결정은 한화의 집중 공략을 받으며 역효과를 낳았고, 결국 1, 2차전의 압도적 경기력과는 상반되게 8회 단 한 이닝에서 6 실점이라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LG는 1, 2차전에서 보여준 막강한 화력(각각 8득점, 13 득점)에도 불구하고 3차전에서는 단 3 득점에 그쳤으며, 특히 9회 초 마지막 공격에서 1사 1, 2루 찬스를 맞았으나 대타 문성주가 병살타를 치며 추격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정규시즌 최종전 이후 3주 공백에도 불구하고 뜨겁게 달아올랐던 타선이 한화의 홈구장에서 식으면서, 시리즈의 판도에 변수가 생기게 되었다.

    홈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한화 vs 기세를 굳히려는 LG

    한화 이글스는 7-3 역전승으로 한국시리즈 첫 승을 신고하며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반격의 단초를 마련했다. 이는 2006년 10월 26일 4차전 이후 정확히 19년 3일 만에 거둔 한국시리즈 승리이자,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치러진 최초의 한국시리즈 승리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폰세의 6이닝 호투는 한화 선발진이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초반까지 보인 부진을 씻어냈고, 8회 6득점 빅이닝은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던 한화 타선이 여전히 폭발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심우준의 역전 결승타는 개인에게는 명예회복의 기회였으며, 팀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다.

    LG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8회까지 2점 리드를 지키며 3연승 직전까지 갔으나, 단 한 이닝의 불펜 붕괴로 모든 것을 내주고 말았다. 불펜 투수 운용과 타선의 침묵이 동시에 발목을 잡았으며, 특히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를 거둔 한화의 기세를 꺾지 못한 것은 향후 시리즈 전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30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4차전은 한화가 라이언 와이스를, LG가 요니 치리노스를 선발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가 4차전까지 승리할 경우 시리즈는 2승 2패 동률이 되며 다시 잠실로 돌아가게 된다. 역사적으로 1~3차전을 모두 이긴 팀의 우승 확률이 100%라는 점에서, LG는 4차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를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반면 한화는 홈에서의 연승으로 기세를 이어가 시리즈의 흐름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8회의 기적이 만들어낸 이번 역전승은 2025 한국시리즈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선언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과연 한화가 대전에서의 기세를 이어가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 아니면 LG가 다시 한번 왕자의 여유를 보여주며 우승컵을 들어 올릴지, 남은 경기들이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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