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출처 : KBO 홈페이지

    2025년 10월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4차전이 개최되었다.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대결은 1만 6,750명의 만원 관중 속에서 펼쳐졌으며, 포스트시즌 36경기 연속 매진 기록을 이어가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날 경기는 양 팀의 에이스급 선발 투수 대결로 주목받았다. LG는 옆구리 담 증세에서 회복한 외국인 에이스 요니 치리노스를 선발로 내세웠고, 한화는 정규시즌 16승 5패,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한 라이언 와이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치리노스는 정규시즌 30경기에서 13승 6패,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하며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핵심 전력이었으며, 당초 2차전 선발로 예정되었으나 부상으로 4차전까지 등판이 연기되었다.

    한국시리즈 전적은 LG가 잠실에서 치른 1, 2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2승을 선취했고, 대전으로 이동한 3차전에서는 한화가 8회 대역전극으로 7-3 승리를 거두며 반격의 첫 포문을 열었다. 따라서 4차전을 앞두고 시리즈 전적은 LG 2승, 한화 1승 상황이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를 선점한 팀의 우승 확률은 94.4%에 달하는 만큼, 이날 경기는 양 팀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었다.

    투수전의 압도적 전개: 와이스의 혼신의 역투

    경기는 전형적인 투수전 양상으로 펼쳐졌다. 한화의 선발 와이스는 시속 150km 중반대의 패스트볼과 스위퍼, 커브,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섞으며 LG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다. 특히 와이스는 빠른 템포의 투구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교란시키며 7과 2/3이닝 동안 안타 4개, 삼진 7개를 기록하며 단 1실점에 그치는 명품 투구를 선보였다.

    LG 역시 5회초와 7회초 각각 1사 1, 2루와 1사 1, 3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와이스의 집중력 앞에 모두 병살타로 돌아서며 고배를 마셨다. 특히 7회초 대타 문성주의 유격수 병살타는 LG로서는 매우 아쉬운 장면이었다. 한편 LG의 치리노스도 6이닝 동안 4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을 기록하며 1실점으로 막아내는 준수한 투구를 펼쳤다. 4회말 한화가 노시환의 2루타와 채은성의 몸에 맞는 볼로 만든 무사 1, 2루 기회에서 황영묵의 희생 번트 후 하주석의 유격수 땅볼로 선취점을 허용했으나, 이후 추가 실점 없이 호투를 이어갔다.

    8회초까지 경기는 4-1로 한화가 앞서가며 와이스의 승리로 귀결되는 듯했다. 와이스는 117구를 던지며 교체를 거부할 정도의 강한 승부욕을 보였고, 실제로 상대 팀인 LG 선수들조차 "지금까지 본 와이스 공 중 최고였다"고 평가할 만큼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했다.

    9회초 대역전 드라마: LG의 집중력이 만든 기적

    그러나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8회까지 단 1점에 그쳤던 LG 타선은 9회초 한화의 마무리 김서현을 상대로 폭발했다. 선두타자 오지환이 볼넷으로 출루한 후, 이어진 박동원의 타석에서 극적인 반전이 시작되었다. 박동원은 김서현의 공을 완벽하게 포착해 중앙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작렬시켰다. 순식간에 3-4로 점수 차이가 좁혀지며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김서현은 이후 천성호를 범타로 처리했으나 박해민에게 다시 볼넷을 내주며 크게 흔들렸다. 홍창기의 우전 안타로 1사 1, 2루가 만들어졌고, 신민재의 내야 땅볼 때 주자들이 2, 3루로 진루하며 2사 2, 3루의 결정적 찬스가 조성되었다. 한화는 이 시점에서 김서현을 박상원으로 교체했지만, 이미 LG 타선의 기세는 거세졌다.

    베테랑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박상원의 직구를 정확히 포착한 김현수의 타구는 야수 사이를 가르며 외야로 빠져나갔고, 2, 3루 주자가 모두 홈을 밟으며 LG는 5-4로 경기를 역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문보경의 2루타와 오스틴 딘의 적시타가 추가되며 LG는 9회초에만 무려 6득점을 폭발시켰다. 최종 스코어는 7-4, LG의 극적인 역전승이었다.

    최고수훈 선수: 김현수의 베테랑 리더십

    이날 경기의 최고수훈 선수(MVP)는 단연 김현수였다. 그는 5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특히 2사 2, 3루 상황에서 터진 역전 2타점 적시타는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꾼 결정타였다. 김현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환이가 볼넷을 얻어내고 동원이가 2점 홈런을 치면서 팀 사기가 바짝 올라왔다"며 동료들의 공을 치하했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김현수가 이날 경기로 포스트시즌 통산 안타를 102개로 늘리며 홍성흔이 보유하고 있던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기록(101개)을 경신했다는 점이다. 16년간 KBO 리그에서 뛰며 수많은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그는 "어릴 때 좋은 선수들을 만나고, 지금은 좋은 후배들을 만난 덕분에 달성할 수 있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김현수는 이날 결승타를 치기 전 "고참으로서 후배에게 떠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베테랑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2사 2, 3루라는 극한의 압박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임무를 완수한 모습은 진정한 리더의 자세를 보여준 순간이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후 "2사 이후 중요한 찬스에서 김현수가 실투를 놓치지 않고 역전타를 쳐주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그의 활약을 치하했다.

    한화의 아쉬움: 김서현의 불안정한 마운드

    반면 한화에게 이날 경기는 씁쓸한 패배로 기록되었다. 와이스가 117구를 던지며 혼신의 역투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마무리 김서현이 9회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지며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김서현은 전날 3차전에서 구원승을 기록하며 안정을 찾는 듯했으나, 4차전에서는 0.2이닝 동안 3실점하며 팀의 역전패를 자초했다.

    특히 선두타자 오지환에게 볼넷을 허용한 후 박동원에게 투런 홈런을 맞은 장면은 김서현에게 치명적이었다. 이후에도 박해민에게 볼넷을 내주며 제구력이 완전히 흔들렸고, 결국 박상원으로 교체되었지만 이미 경기의 주도권은 LG로 넘어간 상태였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경기 후 "김서현을 더 믿고 포용해줘야 한다"며 선수를 감쌌지만, 플레이오프부터 이어진 불안정한 투구는 한화에게 큰 숙제로 남게 되었다.

    .

    이제 벼랑끝 승부의 한화, 기사회생이 가능할까?

    LG 트윈스는 4차전에서 9회 대역전극이라는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기록했다. 이로써 LG는 통합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역대 한국시리즈 통계를 보면 3승 1패를 선점한 팀이 우승한 확률은 94.4%에 달하는 만큼, LG는 사실상 우승 문턱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후 "이런 경기도 한다"며 승리의 짜릿함을 표현했다. 그는 "박동원의 투런 홈런이 역전의 흐름을 만들었고, 김현수가 결승타를 쳐주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야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조를 아낄 수 있었던 점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며 선수들의 노력을 치하했다. 실제로 LG는 이날 경기에서 필승조를 아끼며 5차전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반면 한화는 와이스의 역투가 물거품이 되는 참담한 패배를 맛봤다. 김경문 감독은 "와이스가 정말 잘 던져줬는데 마지막 순간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화는 이제 남은 경기를 모두 승리해야만 우승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1승 3패로 뒤진 상황에서 3연승을 거두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31일 대전에서 열리는 5차전에서 LG가 승리한다면 2023년 이후 2년 만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석권하는 통합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LG는 5차전 선발로 앤더스 톨허스트를 예고했으며, 한화는 배수진을 치고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4차전에서 보여준 LG의 끈질긴 집중력과 한화의 불안한 마무리는 5차전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과연 LG가 대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을지, 아니면 한화가 반격의 불씨를 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