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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펼쳐진 플레이오프 5차전은 한화 이글스의 압도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화는 삼성 라이온즈를 11-2로 대파하며 2006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되었다. 정규시즌 2위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한화는 26일부터 시작되는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1위 LG 트윈스와 격돌한다. 2승 2패로 맞이한 최종 5차전에서 삼성은 4차전의 극적인 역전승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한화는 홈 팬들 앞에서 완벽한 경기력으로 한국시리즈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 전 프리뷰 - 운명의 대결
플레이오프 5차전은 10월 24일 오후 6시 30분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개최되었다. 5전 3선승제의 마지막 경기로, 승리팀이 곧바로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획득하는 빅매치였다. 한화는 에이스 코디 폰세를, 삼성은 2차전 7이닝 무실점 호투의 주역 최원태를 선발 마운드에 올렸다. 폰세는 정규시즌 17승 1패, 평균자책점 1.89, 탈삼진 252개로 투수 4관왕을 차지한 리그 최강 투수지만, 1차전에서 6이닝 6실점으로 흔들린 바 있어 명예회복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반면 최원태는 포스트시즌에서 '가을남자'로 거듭나며 '폰태'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삼성의 반전 드라마를 이끌고 있었다.
역사적 통계는 삼성에게 유리했다.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간 14차례 중 4차전 승리팀이 5차전까지 연승한 사례가 10차례(71.4%)였고, 2승 1패 후 4차전을 내준 팀이 5차전에서 승리한 경우는 단 4차례(28.6%)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2위와 4위의 대결에서는 모두 2위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는 점은 한화에게 힘이 되는 요소였다. 양 팀 모두 외국인 투수를 포함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최후의 혈투를 예고했다.
경기 하이라이트 - 한화의 완벽한 공략전
경기는 초반부터 한화의 페이스로 흘러갔다. 1회말 한화는 삼성 선발 최원태를 집중 공략하며 2개의 안타와 희생플라이로 먼저 2점을 뽑아냈다. 삼성은 2회초 이재현의 2루타와 한화 포수 최재훈의 포구 실수를 틈타 1점을 만회하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하지만 3회 한화 타선이 다시 폭발했다. 채은성의 2루타를 시작으로 연속 3안타가 이어졌고, 삼성 3루수 이재현의 1루 송구 실수까지 겹치며 한화는 3점을 추가해 5-1로 리드를 넓혔다.
경기는 중반 이후 한화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전개됐다. 4회 삼성은 고전하던 최원태를 이승민으로 교체했지만, 이승민 역시 5회 문현빈에게 안타를 맞고 조기 강판됐다. 뒤이어 등판한 양창섭은 노시환의 2루타와 채은성의 안타를 연달아 허용하며 2점을 더 내줬다. 6회에는 배찬승과 이호성이 투입됐으나 연속 볼넷 3개로 1점을 추가로 허용하며 삼성 불펜은 완전히 무너졌다. 8회에는 김재윤이 문현빈에게 투런 홈런을 맞는 등 3점을 더 내주며 한화의 득점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반면 삼성 타선은 폰세와 후속 투수들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5회까지 1점만 얻어내며 폰세에게 9개의 삼진을 당했고, 6회부터 등판한 와이스에게서도 8회 1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최종 스코어 11-2, 한화는 삼성을 완벽하게 제압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최고 수훈선수 - 코디 폰세의 완벽한 복수극
이날 경기의 최고 수훈선수는 단연 한화의 선발 투수 코디 폰세였다. 1차전에서 6이닝 6실점으로 체면을 구겼던 폰세는 5차전에서 정규시즌 최강 투수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삼성 타선을 상대로 압도적인 삼진쇼를 펼치며 팀의 승리를 이끈 폰세는 정규시즌 투수 4관왕의 위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특히 삼성의 핵심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하며 초반부터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했고, 중반까지 안정적인 피칭으로 삼성 타선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놓았다.
타선에서는 문현빈이 돋보였다. 문현빈은 8회 투런 홈런을 포함해 다득점에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채은성 역시 3회와 5회 연속 안타로 한화의 득점 랠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폰세의 투구가 경기 전반의 흐름을 좌우했다. 1차전의 부진을 설욕하고자 하는 그의 투혼은 삼성 타선을 완전히 무력화시켰고, 이는 한화가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폰세는 이날 경기로 정규시즌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진정한 에이스의 모습을 각인시켰다.
역사를 만든 한화, 남은 과제
한화의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단순한 승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06년 이후 가을야구 최종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던 한화가 드디어 돌아왔다는 점에서 팬들의 감격은 더욱 컸다. 김경문 감독 체제 하에서 정규시즌 2위로 시즌을 마감하고, 플레이오프에서 정규시즌 4위 삼성을 꺾으며 페넌트레이스 2위의 저력을 입증했다. 특히 5차전에서 보여준 완벽한 경기력은 한화가 단순히 운으로 한국시리즈에 오른 것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한화에게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시리즈 내내 고전했던 마무리 김서현의 불안정한 모습은 한국시리즈에서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서현은 정규시즌 33세이브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며 탄탄한 성적을 쌓았지만, 정규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서 연달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경문 감독은 5차전 전 "김서현이 마무리로 나올 것"이라며 변함없는 신뢰를 표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고정 마무리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또한 플레이오프 5경기를 치르며 선발과 불펜 모두 적지 않은 소모가 있었다는 점도 부담이다.
반면 정규시즌 1위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한 LG 트윈스는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LG는 10월 1일 정규시즌 종료 후 24일간 충분한 휴식과 훈련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한화로서는 폰세를 비롯한 주전 투수들의 등판 간격 조절과 불안한 마무리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단 하루의 휴식만이 주어진 만큼, 한화가 체력 관리와 전력 재정비를 어떻게 해내느냐가 최종 우승의 열쇠가 될 것이다. 19년 만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한화는 마지막 고비를 넘어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