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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국프로야구는 역대급 타격 기록과 치열한 팀 간 경쟁이 맞물리며 팬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 시즌이었습니다. 정규시즌부터 포스트시즌까지, 매 경기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벌어졌고, 선수 개인의 퍼포먼스는 리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넥센 히어로즈는 타자와 투수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연이어 쏟아내며 ‘기록의 팀’으로 떠올랐고, 삼성 라이온즈는 특유의 조직력과 노련함으로 다시 한번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의 위용을 이어갔습니다.
삼성라이온즈의 4년 연속 통합우승
시즌이 끝났을 때,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은 삼성 라이온즈였습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삼성 왕조’는 이 해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4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습니다. 기록적인 면에서는 넥센에 비해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지만, 삼성은 팀 전력의 균형, 경험, 조직력에서 한 수 위였습니다.
특히 중심 타자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을 중심으로 한 공격진은 찬스에서 집중력을 발휘했고, 윤성환, 장원삼, 안지만 등이 버틴 마운드는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더 강해졌습니다. 김상수의 기동력과 이지영의 안정된 포수 리드도 팀 전체 흐름에 안정감을 불어넣었습니다.
무엇보다 류중일 감독의 유연한 경기 운영과 선수 기용이 빛났습니다. 시즌 내내 부상, 부진 등 변수 속에서도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가장 중요한 순간에 최상의 전력을 가동했습니다. 넥센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넥센이 낸 화력을 안정된 수비와 냉정한 불펜 운영으로 제어하며, 왕조의 품격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서건창, 박병호가 중심이 된 타자 기록
2014년 타자 부문은 넥센 히어로즈의 해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서건창과 박병호가 있었습니다. 서건창은 타율 0.370, 201안타, 135 득점이라는 믿기 어려운 기록을 세우며 타율왕, 최다안타, 득점왕까지 석권했습니다. 특히 201안타는 KBO 역사상 최초의 단일 시즌 200안타 돌파라는 이정표였고, 당시만 해도 “한국판 이치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매 타석마다 정확하게 배트를 돌리는 타격 메커니즘과 빠른 발, 그리고 야구 지능까지 겸비한 완성형 리드오프였습니다.
중심 타선에서는 박병호가 말 그대로 ‘괴물’이었습니다. 그는 52 홈런과 124타점을 기록하며 두 부문에서 1위에 오르며 리그를 장악했습니다. 이 시즌은 박병호가 파워히터로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리그 전체에 각인시킨 시기였습니다. 타구의 비거리는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 터져 나오는 홈런으로 경기 흐름을 바꾸는 능력도 탁월했습니다.
도루 부문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의 김상수가 53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기동력의 핵심으로 활약했습니다. 빠른 발과 상황 판단, 그리고 과감한 스타트가 조화를 이루며 상대 배터리에게 큰 부담을 안겼고, 삼성 특유의 ‘빠른 야구’에 생동감을 불어넣었습니다.
벤 헤켄과 벤덴헐크로 대표되는 투수 기록
투수 부문에서도 넥센의 존재감은 뚜렷했습니다. 에이스 벤 헤켄은 20승을 올리며 다승왕에 올랐습니다. 부드러운 투구폼과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 타이트한 제구력이 인상적이었고, 매 경기 안정감을 주며 팀을 이끌었습니다. 벤 헤켄의 등판은 곧 승리 가능성이 높은 경기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만큼,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습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인 밴덴헐크는 평균자책점 3.18로 방어율 1위에 올랐고, 180 탈삼진을 기록하며 삼진왕까지 차지했습니다. 강속구와 날카로운 변화구를 앞세워 타자들을 압도했으며, 탈삼진 능력은 당시 리그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공격적인 피칭 스타일 덕분에 밴덴헐크는 팬들 사이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였습니다.
마무리 자리에서는 손승락이 32세이브로 세이브왕을 차지했습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고, 특유의 묵직한 직구와 브레이킹볼로 경기의 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습니다. 손승락의 존재는 넥센 불펜의 안정감을 상징했고, 수많은 접전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2014 시즌을 돌아보며
2014년은 프로야구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풍성한 시즌이었습니다. 넥센 히어로즈는 개인 타이틀을 거의 독식하며 ‘기록의 팀’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박병호와 서건창이라는 리그 최고 수준의 타자들이 만들어낸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 시즌의 백미였습니다. 마운드에서도 다승, 세이브, 탈삼진 부문을 넥센이 휩쓸며 구단 창단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우승컵은 삼성 라이온즈의 차지였습니다. 화려한 숫자 대신, 팀워크와 경험, 그리고 치밀한 운영으로 무장한 삼성은 경기마다 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했고, 결국 이 디테일이 통합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