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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의 무적시대 선언과 함께 끝난 KBO 프로야구 2025을 돌아보며 팀별로 간단하게 리뷰하는 포스팅을 해 보려고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이니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최하위의 늪, 리빌딩의 고통
2025시즌 키움 히어로즈는 47승 4무 93패, 승률 0.336으로 10위를 기록하며 3년 연속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팀 타율 0.244, 평균자책점 5.39로 공수 양면에서 리그 최하위권 성적을 보이며, 사실상 팀 재건의 고통을 여실히 드러낸 한 해였다. 5월 한 달간 4승 1무 22패로 KBO 리그 월간 최다 패배 신기록을 수립하며 역사에 남을 암흑의 기록을 쓰기도 했다.
리빌딩을 선언한 팀의 특성상 예상된 결과였지만, 그 과정이 팬들에게는 고통스러웠다. 특히 전반기에는 답답한 경기력으로 후반기 성적은 20승 1무 32패 0.385로 전반기보다는 나아졌지만 망한 건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받았다.
팀별 상대전적: 전 팀을 상대로 고전
키움은 거의 모든 팀을 상대로 절대열세를 기록했다. 한화전에서는 2승 14패로 압살을 당했고, 고척에서만 9경기 전패를 기록하며 과거 강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KT전에서는 5승 10패로 절대열세를 보였고, 2024년 2승 14패에 이어 2년 연속 고전했다.
두산전에서는 4승 9패로 3년 연속 절대열세를 면치 못했다. 유일하게 그나마 선전한 상대는 롯데 정도였으나, 이마저도 우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압도적인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팀답게 대부분의 팀을 상대로 절대열세 및 압살을 당하고 있다는 평가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타격의 외로운 버팀목: 송성문
절망적인 시즌에서 유일한 희망은 주장 송성문이었다. 송성문은 2025시즌 타율 0.315, 26홈런, 90타점, 103득점, 25도루를 기록하며 OPS 0.917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남겼다. 특히 4월에 타율 0.221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으나 5월부터 살아나 후반기에는 타율 0.402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섰다.
송성문의 WAR은 8.58로 3루수 2위 한화 노시환(4.88)과 3위 LG 문보경(4.18)을 압도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8월에만 8홈런을 치며 야수 전체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1위를 차지했고, 이를 인정받아 8월 4일 키움과 6년 총액 120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송성문의 활약은 단순히 개인 기록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졌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키움에서 송성문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타자가 딱히 없기 때문에 강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이루어낸 기록이기에 더욱 값진 성적이었다. 역대 최악의 팀 상황 속에서도 홀로 묵묵히 배트를 휘두르며 팀을 끌어간 그의 모습은 키움 팬들에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의외의 복병: 임지열의 재발견
임지열은 타율 0.254, 11홈런, 46타점, 13도루에 출루율 0.331, OPS 0.737을 기록하며 후반기 송성문과 함께 타선을 이끌었다. 2025년 드디어 포텐이 터진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의외로 타격과 주루에서 모두 눈을 떴고, 주루센스가 좋아 커리어 첫 두 자릿수 도루도 달성했다.
저점을 찍은 2024시즌을 제외하면 2022, 2023, 2025 시즌은 wRC+ 100 내외를 찍었고, 출전 기회만 보장되면 KBO 야수 평균 정도의 타격 생산성은 찍어줄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재평가받는 계기가 됐다. 소년가장 송성문+임지열, 최주환이 이끄는 타선이 후반기 반등의 주역이었다.
투수진의 유일한 빛: 알칸타라
5월 19일 야시엘 푸이그를 대체할 외국인 투수로 라울 알칸타라를 영입하면서 키움의 선발진은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알칸타라는 6승 2패, 평균자책점 3.58, 83이닝을 소화하며 65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6월 1일 친정팀 두산을 상대로 복귀전에서 6이닝 6피안타 무실점을 작성하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알칸타라 합류 후 6경기에서 5승을 거두며 팀 승률 0.833을 기록, 평균 7이닝을 소화하며 불펜의 과부하를 줄여줬다. 6월 6일 LG전에서는 8이닝 3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는 등 팀의 유일한 믿을 만한 선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알칸타라 홀로 팀을 살릴 수는 없었다. 알칸타라를 중심으로 점차 정상화되어가는 선발진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다른 선발진들의 안정성 부족으로 팀 전체의 평균자책점은 리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평가: 실패한 실험
키움의 외국인 타자 2명 전략은 사실상 실패로 귀결됐다. 올 시즌 키움은 외인 선수 3명을 투수 한 명에 타자 두 명으로 기용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지만, 타자들의 성적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야시엘 푸이그는 타율 0.212에 그치며 어깨 부상으로 5월 19일 웨이버 공시됐다. 또 다른 외국인 타자 카디네스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푸이그와 알칸타라의 보장액 합계가 125만 달러인데, 이 정도 돈이면 헤이수스와 재계약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선발 투수 케니 로젠버그는 평균자책점 3.71로 그나마 무난했지만, 케니 로젠버그를 제외하면 3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처참한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외국인 선수 운영에서 큰 실패를 거두며 팀 성적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감독 교체와 팀 운영의 혼란
7월 14일 현장과 프런트의 수장인 홍원기 감독과 고형욱 단장, 그리고 수석코치 김창현을 동시에 해임하는 대수술을 단행했다. 3시즌 연속 최하위가 사실상 확정되었고 신인지명과 육성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설종진 고양 히어로즈 감독이 감독 대행으로 임명되며 잔여 시즌을 이끌었지만, 이미 최하위가 확정된 상황에서 반등의 기회는 없었다. 일부 언론이나 야구팬들은 투자는 없이 선수 자원만 다 처분해놓고 성과를 못 낸다며 해임하는 것은 적반하장식 일처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시즌 총평: 극복해야 할 리빌딩의 과제
2025시즌 키움 히어로즈는 리빌딩의 고통을 그대로 겪은 한 해였다. 과연 이것이 제대로 된 탱킹인지 리빌딩인지 알 수가 없는 총체적 난국의 한 시즌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긍정적인 측면을 찾자면 송성문이라는 확실한 프랜차이즈 스타를 확보했고, 임지열의 재발견, 알칸타라의 영입으로 후반기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이다. 송성문의 6년 120억 계약으로 운영이나 투자를 완전히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어느 정도 불식됐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운영 실패, 선발진의 전체적인 붕괴, 조직의 혼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롯데와 어깨를 나란히하며 4연속 꼴찌에 도전, 심지어는 KBO 최초의 5연속 꼴찌에 도전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현실이 될 수 있다.
2026시즌을 위해서는 안우진의 복귀와 함께 보다 체계적인 전력 보강, 신인 육성 시스템의 정비, 그리고 무엇보다 팬들과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 리빌딩의 끝은 언제쯤 올 것인가. 키움 히어로즈와 팬들의 인내심이 시험받는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