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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KBO 홈페이지

    2025년 10월 31일 오후 6시 30분,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는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의 열기로 가득 찼다. 정규시즌 1위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승자 한화 이글스의 대결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 LG에게 단 한 승만 남은 상황에서 펼쳐졌다.

    LG의 선발 마운드에는 대체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26세)가, 한화에는 벼랑 끝에서 반격을 노리는 토종 파이어볼러 문동주(22세)가 올랐다. 1차전에서 톨허스트가 6이닝 2 실점으로 승리를 거둔 반면, 문동주는 4⅓이닝 4 실점으로 패전의 쓴맛을 봤던 두 투수의 리턴매치였다.

    한국시리즈 전까지의 여정을 돌아보면, LG는 잠실에서 열린 1, 2차전을 연달아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대전으로 장소를 옮긴 3차전에서는 8회말 6실점으로 3-7 역전패를 당하며 주춤했으나, 4차전에서 9회 초 6점을 몰아치는 극적인 대역전극으로 화답하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앞서 나갔다. 특히 4차전의 9회 역전승은 이번 시리즈의 결정적인 분수령이 되었다.

    초반부터 흐름을 장악한 LG의 전략적 승부

    경기는 LG가 주도권을 쥐고 시작했다. 1회초 1사 후 신민재의 2루타로 득점권을 잡은 LG는 김현수의 좌전 적시타로 선제점을 뽑아냈다. 한화의 문동주는 어깨 통증을 느껴 1이닝 만을 소화하고 조기 강판되며 팀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한화는 2회말 동점을 만들며 반격의 의지를 불태웠지만, LG는 3회 초 무사 만루 찬스에서 오지환의 희생 플라이로 재차 앞서 나갔다. 경기는 2-1이라는 팽팽한 점수로 중반까지 이어졌다. 한화는 4회와 5회에 기회를 잡았지만 LG 선발 톨허스트의 호투 앞에 무득점으로 돌아서야 했다.

    6회 결정적 쐐기타, 김현수의 빛나는 순간

    승부의 결정적 순간은 6회 초에 찾아왔다. 홍창기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고 신민재의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2루 상황, 타석에는 이번 시리즈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하던 김현수가 들어섰다. 김현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좌중간으로 뻗은 적시타를 날리며 3-1로 격차를 벌렸다.

    이 안타는 단순한 추가점을 넘어 한화의 반격 의지를 꺾는 결정타였다. 경기 후반까지 LG는 이 리드를 지켜냈고, 9회 초에는 1사 만루 상황에서 홍창기의 희생 플라이로 쐐기점까지 추가하며 4-1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최고수훈 선수: 톨허스트와 김현수의 투타 조화

    이날 경기 데일리 MVP는 LG의 선발 투수 톨허스트에게 돌아갔다. 그는 7이닝 동안 4피안타 2 볼넷 5 탈삼진 1 실점이라는 완벽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QS+) 투구로 팀 승리의 초석을 놓았다. 한국시리즈 1차전과 5차전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되며 시리즈 2승을 책임진 톨허스트는 평균자책점 2.08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대체 외국인 선수의 한계를 뛰어넘는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시리즈 전체 MVP는 김현수의 차지였다. 5경기에서 17타수 9안타(타율 0.529), 1홈런, 8타점을 기록한 김현수는 기자단 투표에서 89표 중 61표를 획득하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는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안타 105개, 최다 루타 149개라는 신기록을 작성하며 37세의 나이에도 정점의 기량을 선보였다.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048에 그치며 '가을에 약한 선수'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김현수는, 17년 만에 그 오명을 완벽히 씻어내고 생애 첫 한국시리즈 MVP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화의 선전과 체력 한계

    한화 이글스는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삼성과 5차전까지 가는 대혈투를 치른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에이스 문동주가 1회만 던지고 강판되며 투수 운영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8회부터는 류현진까지 불펜으로 자청 등판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한화 타선은 단 6안타에 1득점으로 침묵했고, 수비에서도 여러 차례 아쉬운 플레이가 나오며 LG의 압도적인 전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LG 문보경 선수가 경기 후 "6회부터 시야가 흐려지고 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라고 고백할 정도였으니, 더 많은 경기를 치른 한화의 체력적 부담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무적시대를 열어가는 LG의 왕조 건설

    LG 트윈스는 4-1 승리로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기록하며 2023년 이후 2년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1990년, 1994년, 2023년에 이어 구단 통산 네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자, 2020년대 들어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첫 팀이 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LG 구단 최초로 통합우승을 2회 달성한 사령탑으로 이름을 새겼다.

    지난 3년간 우승-3위-우승이라는 성적은 LG의 전력이 일시적 반짝이 아닌 지속 가능한 강팀임을 증명한다. 탄탄한 선발진과 안정적인 불펜, 김현수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타선의 조화는 완벽했다. 특히 대체 외국인 투수 톨허스트가 큰 무대에서 에이스급 활약을 펼친 것은 LG 프런트의 뛰어난 선수 영입 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규시즌 1위의 압박감 속에서도 포스트시즌 37경기 연속 매진이라는 뜨거운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며, LG는 명실상부 KBO 리그 최강자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4차전 9회의 극적인 대역전극은 이 팀의 정신력과 저력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반면 한화는 준우승이라는 아쉬운 결과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1999년 이후 26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 자체가 의미 있는 성과다. 젊은 에이스 문동주와 베테랑 류현진을 중심으로 한 투수진, 그리고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저력은 내년을 기약하는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다.

    LG 트윈스의 '무적시대 선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2026시즌, 과연 LG가 3년 연속 우승이라는 진정한 왕조를 건설할 수 있을지, 아니면 한화를 비롯한 다른 구단들이 LG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 프로야구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흥미진진한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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